숫자와 측정의 역사

프톨레마이오스의 현표: 삼각함수 없이 각도를 계산한 방법

목차 12
  1. 먼저 ‘현’은 무엇일까요?
  2. 현표는 어떤 모습의 계산 도구였을까요?
  3. 프톨레마이오스는 표의 값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4. 90° 현 하나를 현대식으로 검산해 보겠습니다
  5. 현대의 사인과는 정확히 어떤 관계일까요?
  6. 0.5° 사이의 각은 어떻게 계산했을까요?
  7. 보간은 실제로 어느 정도 가까울까요?
  8. 이것이 천문학에서 왜 중요했을까요?
  9. 다만 우리가 보는 표가 ‘프톨레마이오스의 원본 그대로’인 것은 아닙니다
  10. 핵심은 ‘삼각함수가 없었다’가 아니라 다른 계산 언어를 썼다는 점입니다
  11. 참고 자료
  12. 같이 읽으면 좋은 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프톨레마이오스는 오늘날처럼 sin 30°, cos 45°를 계산한 것이 아니라 원의 각에 대응하는 현(chord)의 길이를 표에서 찾아 천문 계산에 사용했습니다. 《알마게스트》 1권에는 지름을 120부분으로 정한 원에서 0.5°부터 180°까지 0.5° 간격의 현 길이를 정리한 표가 들어 있습니다.

현대 수학으로 옮기면 이 현표는 사인 함수와 정확한 관계를 갖습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가 사인 함수를 썼다”고 말하면 시대를 거꾸로 읽는 셈입니다. 당시 계산은 원 안의 기하학, 60진수, 현표의 조회와 보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대 방식 자체와 현대식 번역을 분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현’은 무엇일까요?

원 위에 두 점을 찍고 그 두 점을 직선으로 이으면 그 선분이 현입니다.

두 점 사이의 호가 60°라면 ‘60° 호에 대응하는 현’, 90°라면 ‘90° 호에 대응하는 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같은 원에서는 중심각이 커질수록 180°까지 현도 길어집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표에서는 원의 지름을 120부분으로 두었습니다. 따라서 반지름은 60부분입니다. 60진법 계산과 잘 맞는 크기이기도 합니다.

가장 단순한 예는 60°입니다. 원에 정육각형을 그리면 각 변의 길이는 반지름과 같으므로, 반지름이 60부분일 때 60° 현도 60부분입니다. crd 60° = 60입니다.

180°의 현은 지름 자체이므로 crd 180° = 120입니다. 이런 기준값과 원 안의 기하 정리를 이용하면 다른 각도의 현도 단계적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현표는 어떤 모습의 계산 도구였을까요?

2023년 Journal for the History of Astronomy에 실린 Stefan Zieme의 연구에 따르면 《알마게스트》 1권 11장의 현표는 다음 구조를 가집니다.

  • 시작 각: 0.5°
  • 마지막 각: 180°
  • 간격: 0.5° = 30′
  • 항목 수: 360개
  • 원의 지름: 120부분
  • 현 길이: 60진수의 분과 초까지 표시

즉 현대 계산기에서 함숫값을 입력하는 대신, 필요한 각도를 표에서 찾아 대응하는 현 길이를 읽는 방식이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표가 단순히 0.5°마다 값만 적어 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 천문 계산에서는 4°20′처럼 표의 행과 정확히 맞지 않는 각이 자주 필요합니다. 그래서 현표에는 중간값을 읽기 위한 별도의 보간 정보도 들어 있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표의 값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알마게스트》는 오늘날 교과서처럼 하나의 일반 공식에 숫자를 넣어 모든 답을 구하는 방식으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Zieme의 분석에 따르면 프톨레마이오스는 기하학적 정리와 구체적인 계산 예를 제시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의 수학사 아카이브 MacTutor는 그가 사용한 현 관계 가운데 현대의 사인 덧셈·뺄셈 공식과 대응하는 관계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원에 내접한 사각형의 변과 대각선 관계를 이용하는, 오늘날 ‘프톨레마이오스 정리’라고 부르는 기하학이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은 흐름입니다.

  1. 60°·90°·180°처럼 기하학으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현을 확보합니다.
  2. 이미 아는 현들 사이의 기하학 관계로 새로운 현을 계산합니다.
  3. 각을 절반으로 나누거나 두 각의 합·차를 다루는 관계를 이용해 표를 촘촘하게 만듭니다.
  4. 마지막에는 0.5° 간격의 값을 표로 정리합니다.

따라서 현표는 관측값을 단순히 모아 놓은 목록이라기보다 기하학적 계산을 미리 수행해 둔 참조표에 가깝습니다.

90° 현 하나를 현대식으로 검산해 보겠습니다

미국수학협회(MAA)의 교육 자료는 프톨레마이오스 현표의 90° 값을 crd 90° = 84;51,10으로 제시합니다.

세미콜론 뒤의 숫자는 60진수입니다. 십진수로 바꾸면 84 + 51/60 + 10/3600 = 84.852778부분입니다.

같은 값을 현대 기하학으로 계산하면 반지름 60인 원의 90° 현은 직각이등변삼각형의 빗변이므로 crd 90° = 60√2 ≈ 84.852814부분입니다.

두 값의 차이는 약 0.000036부분이고, 현대 이상값에 대한 비율로는 약 0.000042%입니다.

비교값
현표에 전하는 90° 현84;51,10
십진수 변환84.852778
현대 기하학의 이상값 60√284.852814
차이약 0.000036
지름 120부분인 원에 60도, 90도, 180도 중심각에 대응하는 현 60, 84;51,10, 120을 표시한 도해
반지름 60부분인 원에서 crd 60° = 60, crd 90° = 84;51,10(약 84.852778), crd 180° = 120입니다. crd θ = 120 × sin(θ/2)는 현대식 대응식입니다.

여기서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이 한 행의 차이가 작다고 해서 현표 전체가 같은 수준의 정확도를 가졌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현재 우리가 읽는 《알마게스트》는 후대 필사·번역 전통을 통해 전해졌으므로 이 차이를 곧바로 ‘프톨레마이오스의 계산 오차’라고 부르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현대의 사인과는 정확히 어떤 관계일까요?

반지름 60인 원에서 중심각을 θ라고 하겠습니다. 현을 가운데에서 반으로 나누면 직각삼각형 두 개가 생깁니다. 각 직각삼각형의 빗변은 60이고 중심각은 θ/2가 됩니다.

현의 절반은 현대식으로 60 × sin(θ/2)이므로 전체 현은 crd(θ) = 120 × sin(θ/2)가 됩니다. 반대로 쓰면 sin(a) = crd(2a) / 120입니다.

이 관계를 보면 현표가 현대 사인표와 매우 가까운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식은 현대 독자가 두 체계를 연결하기 위한 번역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자신이 sin 기호나 오늘날의 함수 개념을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중심각 θ현표에서 보는 대상현대식 대응
60°crd 60°120×sin30° = 60
90°crd 90°120×sin45° ≈ 84.8528
180°crd 180°120×sin90° = 120

현표가 각을 바로 ‘사인값’으로 바꾸는 표가 아니라, 그 각이 만드는 원의 현 길이로 바꾸는 표였다는 차이가 핵심입니다.

0.5° 사이의 각은 어떻게 계산했을까요?

현표는 0.5° 간격입니다. 0.5°는 30′입니다.

그런데 실제 계산에서 필요한 각이 36′라면 30′와 60′ 사이에 있으므로 표에 정확한 행이 없습니다.

Zieme가 설명하는 《알마게스트》의 방식은 이 문제를 위해 세 번째 열을 둡니다. 이 열에는 다음 30′ 구간에서 현이 1′ 증가할 때 평균적으로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들어 있습니다.

  1. 30′ 행의 현 값을 찾습니다.
  2. 36′는 30′보다 6′ 큽니다.
  3. 세 번째 열의 ‘1′당 평균 증가량’을 6번 더합니다.
  4. 36′의 현을 근사합니다.

개념적으로는 36′의 현 ≈ 30′의 현 + 6 × 1′당 평균 증가량입니다. 이미 만들어 둔 표와 짧은 덧셈만으로 중간 각의 값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보간은 실제로 어느 정도 가까울까요?

이번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특정 필사본 수치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구조를 현대의 이상적인 현 값으로 검산해 보겠습니다.

지름 120인 원에서 현대식으로 계산하면 crd 0.5° ≈ 0.523597114, crd 1.0° ≈ 1.047184260입니다.

이 두 값 사이를 직선적으로 나누어 0.6°, 즉 36′ 값을 추정하면 ≈ 0.628314543입니다. 현대 사인식으로 직접 계산한 0.6°의 현은 ≈ 0.628315660입니다.

두 값의 차이는 약 0.000001116부분, 상대적으로 약 0.000178%입니다.

이 계산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실제 36′ 값을 복원한 것이 아닙니다. ‘30′ 간격의 표에 1′당 평균 증가량을 두는 방식이 왜 실용적이었는가’를 보여 주는 교육용 검산입니다.

현대 연구에서는 현전 《알마게스트》의 보간 열이 단순히 현재 표에 적힌 두 현 값만으로 계산된 것보다 더 높은 정밀도의 기초 자료를 반영했을 가능성도 분석됩니다. 따라서 역사적 표 자체와 이 현대식 검산은 구분해야 합니다.

이것이 천문학에서 왜 중요했을까요?

천문 계산에서는 원과 각도가 계속 등장합니다. 태양·달·행성의 위치를 원운동으로 표현하려면 특정 각도가 만들어 내는 길이 관계를 반복해서 계산해야 합니다. 현대에는 계산기에 sin이나 cos를 입력하면 되지만, 프톨레마이오스에게는 미리 계산된 현표가 그 역할의 일부를 맡았습니다.

  • 각도를 길이 관계로 바꿉니다.
  • 이미 계산한 기하학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 표에 없는 중간 각도도 보간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현표는 단순한 숫자 목록이 아니라 복잡한 기하 계산을 미리 저장한 계산 도구라고 보는 편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우리가 보는 표가 ‘프톨레마이오스의 원본 그대로’인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도 역사 자료의 한계가 있습니다.

Zieme의 2023년 연구는 그리스·아랍어 번역·Gerard of Cremona의 라틴어 번역 전통을 비교하면서 현표와 보간 열의 작은 차이를 분석합니다. 특히 라틴 전승에서는 일부 값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설명과 더 잘 맞도록 다시 계산된 흔적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현재 남아 있는 어느 한 인쇄본의 숫자를 보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정확히 이 숫자를 직접 적었다”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구분말할 수 있는 것
《알마게스트》의 계산 체계현을 이용한 천문 계산과 현표가 핵심 도구로 사용됨
현표의 기본 구조지름 120, 0.5° 간격, 180°까지의 현 값과 보간 정보
현전 자료후대 그리스·아랍·라틴 전승을 통해 보존됨
현대식 sin 관계고대 계산을 현대 수학으로 번역한 대응식
특정 전승본의 세부 차이필사·반올림·재계산을 별도로 검토해야 함

핵심은 ‘삼각함수가 없었다’가 아니라 다른 계산 언어를 썼다는 점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오늘날 학교에서 배우는 sin, cos, tan이라는 함수 체계와 기호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각도와 삼각형의 관계를 계산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원의 현, 기하학적 정리, 60진법, 미리 계산한 수표와 보간을 결합했습니다. 현대식으로 보면 현과 사인은 정확한 수학적 관계를 갖지만, 당시의 문제 풀이 방식은 오늘날의 삼각함수 계산과 표현이 달랐습니다.

이 차이를 보면 고대 수학을 단순히 ‘현대 수학의 덜 발달한 버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같은 종류의 문제를 다른 도구와 다른 표기 체계로 해결한 계산 문화였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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