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측정의 역사

11길, 20길, 15길: 고대 뱃사람의 측심 기록을 미터로 바꿔 보니

목차 7
  1. 깊이와 진흙을 함께 기록한 고대의 설명
  2. 추와 줄은 서로 다른 일을 합니다
  3. 줄이 10m 내려갔다면 수심도 10m일까요?
  4. 기록에 남은 수심을 미터로 바꾸면
  5. 바닥의 흙을 알면 현재 위치도 알 수 있을까요?
  6. 참고 자료
  7. 같이 읽으면 좋은 글

고대 뱃사람들은 무거운 추를 매단 줄을 내려 바닥에 닿게 한 뒤, 내려간 줄의 길이로 수심을 알아보았습니다. 추에 묻어 올라온 진흙이나 모래는 바닥의 성질을 알려 주었습니다. 다만 이 방법은 한 지점의 깊이와 바닥 상태를 알아보는 것이지, 보이지 않는 해저 전체를 한꺼번에 그려 주는 기술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측정을 ‘측심’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고대 지중해 세계에 남아 있는 문헌과 측심추 연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모든 바다에서 같은 시기에 동일한 도구를 썼다거나, 바다의 가장 깊은 곳까지 자유롭게 측정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깊이와 진흙을 함께 기록한 고대의 설명

헤로도토스의 《역사》2권 5절에는 이집트 해안에 접근하면서 측심 줄을 내리면 진흙이 올라오고 깊이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그는 이 진흙을 강이 운반한 흙이 바다 쪽까지 퍼진다는 판단에 연결합니다.

이 기록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 하나만이 아닙니다. 줄의 길이는 깊이에 관한 정보이고, 추에 묻은 진흙은 바닥에 관한 정보입니다. 하나의 도구로 서로 다른 종류의 관찰을 얻은 셈입니다. 다만 이 문헌만으로 당시 줄의 정확한 눈금 간격이나 측정 오차, 모든 선박의 사용 방식을 복원할 수는 없습니다.

문헌과 별도로 실물 연구도 있습니다. 빅토리아대학교의 John Peter Oleson은 고대 지중해 측심추 연구 소개에서 그리스·로마 시대 유물들을 검토합니다. 그가 설명하는 전형적인 측심추는 줄을 연결하는 부분과 넓은 바닥의 오목한 부분을 갖추며, 납으로 만든 예가 많습니다. 모양과 크기가 모두 같았던 것은 아닙니다.

추와 줄은 서로 다른 일을 합니다

줄만 물에 늘어뜨리면 물의 흐름에 쉽게 밀립니다. 추는 줄 끝을 아래로 가라앉히고 바닥과 접촉하게 합니다. 줄은 그 접촉 지점까지의 길이를 물 위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추의 무게가 곧 깊이를 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 표면에서 추까지 줄이 곧고 수직으로 팽팽하게 내려간 상태라면, 그 구간의 길이를 수직 깊이로 읽을 수 있습니다. 배 위에서 줄을 잡은 지점을 기준으로 길이를 세었다면, 그 지점이 물 표면보다 높은 만큼은 구분해야 합니다. ‘무엇부터 무엇까지 잰 길이인가’가 먼저 정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바닥의 성질을 살피는 기능에는 추 아래의 오목한 부분이 도움이 됩니다. Oleson의 설명에서 이 부분은 기름기 있는 물질을 담아 바닥 시료를 붙여 올리는 구조와 연결됩니다. 무게와 줄이 길이를 알려 준다면, 바닥의 작은 홈은 접촉한 곳의 흔적을 가져오는 셈입니다.

측심추의 연결부와 바닥 홈은 서로 다른 정보를 얻는 역할을 한다줄 연결부시료를 붙이는 홈추: 바닥 접촉 / 줄: 길이 / 홈: 시료
Oleson의 설명에 근거해 기능을 구별한 자체 개념도입니다. 특정 출토품의 치수·형태를 그대로 복원하지 않았습니다. 홈만으로 물건의 용도를 확정할 수 없으며 발견 맥락과 형태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홈이 있는 납덩어리를 모두 측심추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유물의 용도는 줄 연결부와 형태뿐 아니라 발견 장소, 함께 나온 유물 등도 살펴야 합니다. 작동할 법한 모양이라는 판단과 역사적으로 그 용도로 쓰였다는 판단은 구별해야 합니다.

줄이 10m 내려갔다면 수심도 10m일까요?

추가 바닥에 닿았다는 사실은 무엇을 알려 줄까요? 바닥에 닿았다는 것과 줄이 수직이라는 것은 별개입니다. 배가 움직이거나 물살이 줄을 밀어 비스듬해지면 줄 길이는 곧바로 깊이가 되지 않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물 표면부터 추까지의 줄 길이가 10m이고, 줄이 휘지 않은 직선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추는 줄이 물에 들어간 지점의 바로 아래가 아니라 옆으로 6m 떨어진 바닥에 닿았습니다. 이 숫자는 고대 항해 기록이 아니라 기울기의 영향을 보여 주기 위한 교육용 예시입니다.

줄 길이: 10m
수평으로 어긋난 거리: 6m

수직 깊이² = 10² − 6²
           = 100 − 36 = 64
수직 깊이 = 8m

줄이 10m 나갔어도 수심은 8m입니다. 줄 길이를 그대로 깊이라고 읽으면 2m 크게 잡고, 실제 깊이 8m를 기준으로 한 오차 비율은 2÷8=25%가 됩니다. 똑같은 줄을 쓰더라도 수직에 가까운지 아닌지가 결과를 바꿉니다.

수평 거리 6m는 어디서 알았을까요? 이 예제에서는 풀이를 위해 주어진 값입니다. 현장에서 이를 모른다면 곧은 줄 10m는 수직 깊이 10m일 수도, 비스듬한 더 얕은 깊이일 수도 있습니다. 줄이 휘면 조건은 더 복잡해집니다. 계산에 필요한 정보가 문제에 주어졌다고 실제 측정에서도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추가 바닥에 닿았다’는 확인과 ‘정확한 수심을 얻었다’는 판단은 같은 단계가 아닙니다. 배의 이동, 줄의 기울기와 늘어남, 바닥 접촉을 알아차리는 시점 등이 측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록에 남은 수심을 미터로 바꾸면

고대 문헌에는 실제로 잰 수심이 숫자로 남아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헤로도토스는 이집트 해안에서 아직 하루 뱃길이 남은 곳에서 측심 줄을 내리면 진흙이 올라오고 수심이 11길이라고 적었습니다. 신약성경 사도행전 27장 28절에는 바울이 탄 배가 몰타 근처에서 밤중에 수심을 재어 20길, 조금 더 가서 15길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여기서 ‘길’로 옮긴 단위는 그리스어 오르귀이아(orguia)로, 두 팔을 벌린 길이에서 나온 약 1.8m입니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랐으므로 아래 환산은 1.8m를 기준으로 한 어림입니다.

기록적힌 수심미터로 어림함께 적힌 정보
헤로도토스 《역사》 2권 5절11길약 20m이집트 해안에서 하루 뱃길, 진흙이 묻어 나옴
사도행전 27장 28절 (첫 측정)20길약 36m밤중, 육지에 가까워진다고 느낌
사도행전 27장 28절 (조금 뒤)15길약 27m이어서 고물에서 닻 넷을 내림
정보호수 환산. 1길 = 약 1.8m로 계산했으며 실제 단위 길이는 1.78~1.85m 정도로 오차가 있습니다.

사도행전의 두 측정은 한 번의 수심보다 ‘변화’가 더 중요한 정보였음을 보여 줍니다. 조금 이동하는 사이에 약 36m에서 27m로, 9m가량 얕아졌습니다. 기록은 곧바로 닻을 내렸다고 이어집니다. 위의 줄 기울기 계산처럼 개별 숫자에는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연이어 잰 값이 빠르게 줄어든다는 사실만으로도 바위나 해안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깊이를 재는 일은 지도를 그리는 일이라기보다 지금 멈출지 나아갈지를 정하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바닥의 흙을 알면 현재 위치도 알 수 있을까요?

Oleson은 고대 항해자들이 바닥 시료를 해안과 강에 관한 지식과 비교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모래나 진흙은 한 장소에만 있는 표지가 아닙니다. 흔적을 가져오는 것과 그 흔적으로 위치를 유일하게 알아내는 것은 다릅니다.

얻은 정보그것만으로 알 수 없는 것
한 지점에서 잰 깊이앞으로 갈 길 전체의 수심
추에 묻은 진흙이나 모래현재 위치의 정확한 좌표
여러 번 잰 깊이의 변화관측 사이에 있는 모든 돌출부

연속 측정값을 가상으로 12m, 9m, 6m라고 놓아도 다음 수심이 3m라고 정할 수는 없습니다. 물 높이와 측정 조건이 비슷했다면 얕아지는 경향의 단서는 됩니다. 그러나 세 번의 관측이 앞으로의 해저를 등차수열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저는 다음 값을 빈칸으로 두겠습니다. 아직 재지 않은 곳은 아직 모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측정을 비교할 때는 물 표면 높이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같은 바닥이라도 조수로 수면이 오르면 물 표면에서 바닥까지의 거리는 커집니다. 반대로 다른 위치에서 다른 깊이가 나왔다고 해서 그 차이가 모두 해저 지형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결국 측심추의 가치는 보이지 않는 바닷속을 한 번에 알아내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바닥에 실제로 접촉해, 깊이와 바닥 성질이라는 제한적이지만 구체적인 정보를 얻는 데 있었습니다. 줄의 길이, 바닥의 흔적, 이동하며 반복한 관찰을 구분해 읽으면 이 단순한 도구가 항해에 도움이 된 이유와 그 한계가 함께 드러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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