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율을 구하라고 하면 긴 소수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아르키메데스의 중요한 성과는 소수 자릿수를 늘어놓은 데 있지 않습니다. 원주율이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할 아래 경계와 위 경계를 함께 제시했다는 데 있습니다. 원 안의 다각형과 원 밖의 다각형이 그 경계를 맡았습니다.
수학사가 Thomas Heath의 《아르키메데스》 해설에서 다루는 《원의 측정》 명제 3의 결과는 223/71보다 크고 22/7보다 작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22/7은 원주율 그 자체가 아니라 위쪽 한계입니다. 두 끝값 중 어느 하나를 ‘정답’으로 바꾸면 이 방법의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223/71 < 원주율 < 22/7 즉, 3 + 10/71 < 원주율 < 3 + 1/7
바깥에서 재는 길이와 안쪽에서 재는 길이
정육각형의 꼭짓점이 원 위에 놓이게 그려 보겠습니다. 이 내접다각형의 변은 두 점을 곧게 이으므로 그 사이의 원호보다 짧습니다. 다각형의 둘레는 원주보다 작습니다. 이번에는 각 변이 원에 접하도록 바깥에 정육각형을 그립니다. 외접다각형의 둘레는 원주보다 큽니다. 두 다각형은 원을 거칠게 그린 장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에서 길이를 제한하는 도구입니다.
꼭짓점 사이의 원호를 절반씩 나누면 변의 수를 6, 12, 24, 48, 96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안쪽 둘레는 커지고 바깥쪽 둘레는 작아지므로 그 사이에 놓인 원주의 가능 범위가 좁아집니다. 이 구조를 반지름과 직각삼각형의 길이 관계로 계산한 것이지, 원주를 자로 재어 반올림한 절차는 아닙니다.
마이애미대학교 Burton Rosenberg의 「Archimedes and Pi」는 이러한 경계 계산을 현대 기호로 따라갑니다. 다만 아르키메데스가 사용한 제곱근의 분수 근사까지 구별해서 보아야 합니다. 계산기로 정확한 다각형 둘레를 소수로 출력한 값과 문헌에 남은 안전한 분수 경계는 동일한 수가 아닙니다.
π를 입력하지 않고 6각형에서 12각형으로
반지름을 1로 정하겠습니다. 내접 정육각형의 한 변은 1입니다. 중심 O에서 한 변의 중점 M으로 수선을 내리면 직각삼각형에서 OM=√(1−1/4)=√3/2입니다. OM을 원까지 연장한 점을 P, 원래 변의 한 끝을 A라고 하겠습니다. P는 그 원호를 절반으로 나누므로 AP가 내접 정십이각형의 한 변입니다.
AM = 1/2, MP = 1 − √3/2 AP² = AM² + MP² = 1/4 + (1 − √3/2)² = 2 − √3 내접 12각형 둘레 ÷ 지름 = 6√(2 − √3)
바깥쪽에서는 중심 O, 접점 T, 외접 정육각형의 꼭짓점 V로 직각삼각형 OTV를 만듭니다. OT=1이고, TV는 육각형 한 변의 절반이므로 t=1/√3입니다. OV=√(1+t²)가 됩니다. O에서 각 TOV를 반으로 나누는 선이 TV와 만나는 점을 U라 하면, TU가 외접 정십이각형 한 변의 절반입니다.
각의 이등분선 정리로 TU:UV=OT:OV=1:√(1+t²)입니다. TU+UV=t이므로 TU=t÷(1+√(1+t²))=2−√3이 됩니다. 한 변은 TU의 두 배이고 변이 12개이므로, 둘레를 지름 2로 나눈 값은 12(2−√3)입니다. Rosenberg 해설 1~3쪽의 길이비 논증을 반지름 1과 현대 기호로 풀어 쓴 것입니다.
6√(2 − √3) < π < 12(2 − √3)
제곱근에도 안전한 범위가 필요합니다. 1.73205와 1.73206을 각각 제곱하면 3보다 작은 값과 큰 값이 나오므로 그 사이에 √3이 있습니다. 이때 2−√3은 0.26794보다 크고, 0.5176²=0.26790976은 그보다 작습니다. 따라서 안쪽 값은 6×0.5176=3.1056보다 큽니다. 바깥쪽 값은 12×(2−1.73205)=3.2154보다 작습니다.
1.73205² = 2.9999972025 < 3 1.73206² = 3.0000318436 > 3 따라서 안전한 자체 경계: 3.1056 < π < 3.2154

여기까지 π의 소수값이나 π를 입력한 삼각함수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분수 경계는 원리를 따라가기 위해 여기서 고른 것이며 아르키메데스가 쓴 중간 숫자의 전사가 아닙니다. 같은 종류의 길이 관계로 변의 수를 더 늘릴 수 있지만, 96각형까지의 모든 연산을 이 짧은 예제로 대신했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6각형부터 96각형까지 직접 계산해 보니
앞의 반각 계산을 끝까지 이어 가면 각 단계의 정확한 경계가 나옵니다. 원주율 값을 넣지 않고 같은 길이 관계만 반복해 40자리 정밀도로 계산했습니다.
| 정다각형 | 아래 경계(내접) | 위 경계(외접) | 구간 폭 | 앞 단계보다 |
|---|---|---|---|---|
| 6각형 | 3.00000 | 3.46410 | 0.4641 | |
| 12각형 | 3.10583 | 3.21539 | 0.1096 | 4.24분의 1 |
| 24각형 | 3.13263 | 3.15966 | 0.0270 | 4.05분의 1 |
| 48각형 | 3.13935 | 3.14609 | 0.0067 | 4.01분의 1 |
| 96각형 | 3.14103 | 3.14271 | 0.0017 | 4.00분의 1 |

변의 수를 두 배로 늘릴 때마다 구간 폭은 거의 정확히 4분의 1이 됩니다. 소수 한 자리를 더 확실하게 얻으려면 두 배 늘리기를 한 번 반 정도 더 해야 한다는 뜻이라, 손으로 제곱근을 다루던 시대에는 단계 하나하나가 큰 부담이었습니다.
이 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96이라는 숫자입니다. 48각형의 위 경계 3.14609는 22/7(3.14286)보다 크고, 아래 경계 3.13935는 223/71(3.14085)보다 작습니다. 즉 6각형에서 시작해 두 배씩 늘려 가는 길에서는 96각형이 두 분수를 모두 증명할 수 있는 첫 단계입니다. 96각형의 정확한 경계와 비교하면 223/71은 아래 경계보다 0.00019 작고, 22/7은 위 경계보다 0.00014 큽니다. 아르키메데스의 분수는 정확한 경계를 바깥쪽에서 살짝 감싸고 있어, 앞에서 본 ‘안전한 쪽으로 반올림’과 같은 방향입니다.
하나 더 흥미로운 성질이 있습니다. 각 단계에서 내접 다각형의 오차는 외접 다각형 오차의 거의 정확히 절반입니다. 96각형이라면 0.00056과 0.00112입니다. 그래서 아래 경계에 2, 위 경계에 1의 무게를 주어 평균하면 3.1415928이 되어 소수 여섯째 자리까지 맞습니다. 이것은 오늘날의 계산으로 확인한 성질이며 아르키메데스가 이렇게 계산했다는 기록은 아닙니다.
96각형도 원은 아니고, 구간의 폭도 오차는 아닙니다
96각형을 화면에 작게 그리면 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변은 여전히 직선이고 두 경계 사이에는 간격이 남습니다. 원처럼 보인다는 시각적 판단 대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범위를 남긴 것이 이 접근의 장점입니다.
문헌의 최종 분수 경계 사이가 얼마나 넓은지 직접 빼 보겠습니다. 7과 71의 곱은 497이고 두 분자의 차이는 1이 됩니다.
22/7 − 223/71 = (1562 − 1561) / 497 = 1/497 ≈ 0.00201207
이 구간에서 근삿값 하나를 고른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까요? 중간값 3123/994를 고르면 구간 안의 어느 값과도 차이가 반폭인 1/994, 약 0.00100604보다 작습니다. 이는 주어진 정확한 분수 경계에서 도출한 현대적 판단이지 아르키메데스가 이 중간값을 답으로 택했다는 기록이 아닙니다. 구간 전체의 폭과 선택한 값의 최대 오차는 다릅니다.
반올림 하나로 경계의 뜻이 바뀔 수 있습니다
223/71은 3.140845…이고 22/7은 3.142857…입니다. 이를 소수 다섯째 자리까지 평범하게 반올림하면 아래쪽 값은 3.14085가 됩니다. 그런데 새 숫자는 원래 아래 경계보다 조금 큽니다. 원래 부등식만으로는 그 작은 빈틈까지 배제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원래 구간을 빠뜨리지 않으려면 아래쪽은 내려 3.14084, 위쪽은 올려 3.14286으로 쓸 수 있습니다. 더 가까워 보이는 반올림보다 확인한 범위를 안전하게 감싸는 일이 우선인 경우입니다. 저는 이 차이를 근삿값을 읽는 기준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보기 좋은 숫자’와 ‘보장한 경계’는 같은 목표가 아닙니다.
계산 방법과 참고 자료
표의 경계값은 정보호수가 파이썬 decimal(40자리)로 6각형의 sin 30°=1/2, tan 30°=1/√3에서 출발해 반각 공식을 네 번 적용해 구했습니다. 원주율 상수는 오차를 잴 때만 비교용으로 썼습니다.
- Thomas L. Heath, 《The Works of Archimedes》 (Project Gutenberg): 《원의 측정》 명제 3
- Burton Rosenberg, 「Archimedes and Pi」 (마이애미대학교, PDF): 다각형 경계의 현대식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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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가져갈 것은 22/7이라는 숫자 하나보다 ‘작은 쪽과 큰 쪽을 따로 확보하자’는 판단 방식입니다. 어떤 값을 정확히 모르더라도 반드시 들어갈 범위를 설명할 수 있다면, 추측과 확인된 지식 사이에 선을 그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