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막대는 눈앞에 놓인 물건인데, 어떻게 ‘마이너스 다섯 개’를 나타낼 수 있었을까요? 막대가 다섯 개보다 적게 존재하거나 없어지는 마술이 필요했던 것은 아닙니다. 막대 배치로 수의 크기를 나타내고, 그 값이 양인지 음인지 별도의 약속으로 구별하면 됩니다.
음수를 단지 빚의 비유로만 설명하면 중요한 계산 장면을 놓칩니다. 처음에 양수만 놓았어도 여러 조건을 맞추어 빼다 보면 중간값이 음수가 될 수 있습니다. 고대 중국의 《구장산술》 방정장과 유휘의 주석을 살펴볼 때는 이 계산 과정에 주목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원문의 규칙과 주석의 표시는 나누어 읽어야 합니다
朱一文의 학술 논문 「數:筭與術—以九數之方程為例」는 방정장의 정·부 연산 규칙과 유휘의 관련 주석을 인용하고 그 계산 맥락을 분석합니다. 책의 규칙과 뒤에 붙은 해설을 하나의 문장처럼 합쳐, 같은 시점에 모두 쓰였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이 설명은 해당 논문 90~95쪽의 논의와 인용 원문에 근거합니다.
유휘의 주석에는 양의 계산 막대를 붉게, 음의 계산 막대를 검게 표시한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색을 쓰지 못할 때 다르게 구분하는 방안도 언급되지만, 그 표현을 모든 시대에 공통된 하나의 배치법으로 확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이것은 문헌에 적힌 표시 약속이지, 모든 계산 현장에서 반드시 붉고 검은 막대만 썼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홍콩대학교 Siu Man-Keung의 「An Excursion in Ancient Chinese Mathematics」 2쪽은 일·백의 자리에 세로형, 십·천의 자리에 가로형을 번갈아 쓰는 자리 표시를 설명합니다. 이 자리 약속과 유휘 주석의 부호 약속을 나누어 읽어야 합니다. 한 후대의 설명을 모든 시대의 유물 배치로 일반화하지 않겠습니다.
크기, 부호, 계산 동작은 서로 다른 정보입니다
왼쪽의 가로 막대 두 개는 20, 오른쪽의 세로 막대 세 개는 3을 나타내므로 크기는 23입니다. 같은 다섯 막대라도 5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에 유휘 주석의 붉음/검음 약속을 적용한다면 크기가 같은 +23과 −23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자리의 방향과 값의 부호는 별개의 정보입니다. 아래의 −23과 빼기 기호는 독자를 위한 현대 표기입니다.
상쇄 원리를 보려면 더 단순한 교육용 표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1), (−1)은 각각 크기가 1인 토큰입니다. 실제 고대 막대 숫자나 당시 계산판을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닙니다.
(+3) + (−5) 양의 토큰: (+1) (+1) (+1) 음의 토큰: (−1) (−1) (−1) (−1) (−1) 반대 부호 한 쌍의 합은 0 세 쌍을 상쇄하면 (−1) (−1) 따라서 결과는 −2
토큰은 여덟 개인데 왜 답은 −2일까요? 물건의 개수와 그 물건이 맡은 값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1) 세 개와 (−1) 다섯 개의 합은 −2입니다. 토큰 하나를 1로 정한 이 상쇄 비유는 앞의 자릿값 막대 배치와 달리, 부호 있는 덧셈만 따로 보여 줍니다.
양수만으로 시작해도 중간에 음수가 나오는 계산
음수를 굳이 도입해야 하는 장면을 직접 만들어 보겠습니다. 다음은 《구장산술》의 특정 문제를 옮긴 것이 아니라, 소거 중 부호가 생기는 이유를 보여 주는 자체 예제입니다. x와 y는 두 종류 물건 한 개의 값이며 단위는 임의의 가격 단위로 통일합니다.
첫 조건: 2x + 3y = 8 둘째 조건: 3x + 2y = 7
x의 개수를 같게 만들려고 첫 조건 전체에 3을 곱하고 둘째 조건 전체에 2를 곱합니다. 한쪽 항만 바꾸면 조건이 달라지므로 오른쪽 값도 함께 곱해야 합니다.
첫 조건 × 3: 6x + 9y = 24 둘째 조건 × 2: 6x + 4y = 14 둘째 줄 − 첫째 줄: 0x − 5y = −10
처음에는 계수도 오른쪽 값도 모두 양수였습니다. 그런데 빼는 순서를 이렇게 잡으면 −5와 −10이 함께 나옵니다. 이를 오류라고 지워 버리면 소거의 결과를 잃습니다. 부호를 보존한 채 양변을 −5로 나누면 y=2이고, 첫 조건에 넣으면 x=1이 됩니다.
검산: 2 × 1 + 3 × 2 = 8 3 × 1 + 2 × 2 = 7
중간에 −5와 −10이 나왔어도 최종 가격은 x=1, y=2입니다. 중간값은 조건을 변형하며 얻은 값이지 물건 한 개의 가격이 아닙니다. 빼는 순서를 바꾸면 5y=10으로 같은 답을 얻습니다. 음수를 읽을 수 있으면 부호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계산을 중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구장산술》 방정장 1번 문제를 직접 풀어 보니
방정장의 첫 문제는 볏단과 곡식의 양을 묻습니다. 상등 볏단 3, 중등 2, 하등 1에서 곡식 39두(斗), 상등 2·중등 3·하등 1에서 34두, 상등 1·중등 2·하등 3에서 26두가 나올 때 각 볏단 하나에서 나오는 양을 구하는 문제입니다. 책은 계산 막대를 세로줄(열)로 늘어놓고, 한 열의 맨 위 숫자를 다른 열에 곱한 뒤 그 열을 거듭 빼는 방식으로 풉니다. 같은 절차를 그대로 따라가 계산했습니다.
| 단계 | 열의 숫자 (상·중·하·곡식) | 설명 |
|---|---|---|
| 시작 | 3·2·1·39 / 2·3·1·34 / 1·2·3·26 | 오른쪽·가운데·왼쪽 열 |
| 1 | 가운데 → 0·5·1·24 | 가운데 열에 3을 곱하고 오른쪽 열을 두 번 뺌 |
| 2 | 왼쪽 → 0·4·8·39 | 왼쪽 열에 3을 곱하고 오른쪽 열을 한 번 뺌 |
| 3 | 왼쪽 → 0·0·36·99 | 왼쪽 열에 5를 곱하고 가운데 열을 네 번 뺌 |
| 답 | 하등 99/36 = 2¾, 중등 4¼, 상등 9¼ | 거꾸로 대입 |
이 순서로 풀면 중간에 음수가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준이 되는 열만 바꿔도 사정이 달라집니다. 오른쪽 열 대신 왼쪽 열(1·2·3·26)로 다른 열을 지우면, 첫 단계부터 오른쪽 열이 0·−4·−8·−39, 가운데 열이 0·−1·−5·−18이 됩니다. 처음에 놓은 숫자가 모두 양수여도, 어떤 열로 빼느냐에 따라 음수가 곧바로 생긴다는 뜻입니다.
방정장이 열여덟 문제 내내 같은 순서로만 풀 수 있는 문제만 담았다면 음수 규칙은 필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위키백과 영문판의 방정 항목은 책이 3번 문제의 풀이에서 정부술(正負術), 곧 양수와 음수를 더하고 빼는 규칙을 설명한다고 소개합니다. 계산 막대를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나눠 놓은 약속은 이런 소거 계산을 끝까지 밀고 가기 위한 도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의 종이 풀이가 보여 주지 못하는 부분
위에서는 모든 줄을 남겨 앞뒤를 비교했습니다. 막대로 수행하는 절차에서는 계산 자리의 배치를 바꾸며 진행하므로 이전 상태가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朱一文의 논문이 다루는 막대와 절차의 관계를 생각하면, 음수의 표시를 읽는 능력이 단순한 색 구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 보입니다. 현재 남은 배치가 어떤 값을 나타내는지 놓치지 않아야 다음 연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위의 x·y 식, 줄을 나란히 보존한 풀이, 토큰 상쇄 그림은 현대 독자를 위한 설명입니다. 이를 그대로 고대인의 필기 방식이나 원문 속 계산 순서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음수에 대한 현대의 모든 규칙이 당시에 같은 형식으로 정리되었다고 확대 해석할 이유도 없습니다.
계산 막대로 음수를 다룬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억지로 세는 일이 아닙니다. 크기를 나타내는 배치에 양·음의 뜻을 더하고, 중간 결과가 어느 쪽이든 다음 연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일입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음수는 기묘한 숫자가 아니라 계산을 끊기지 않게 이어 주는 정보가 됩니다.
계산 방법과 참고 자료
소거 과정은 정보호수가 파이썬 분수 연산으로 책의 절차(한 열의 맨 위 수를 곱한 뒤 거듭 빼기)를 그대로 따라 계산했습니다.
- 《구장산술》 방정 원문 (中國哲學書電子化計劃): 1번 문제와 정부술
- Fangcheng (위키백과 영문): 1번 문제의 수치와 답, 3번 문제의 정부술
- 朱一文, 「數:筭與術—以九數之方程為例」(PDF): 정·부 연산 규칙과 유휘 주석
- Siu Man-Keung, 「An Excursion in Ancient Chinese Mathematics」(PDF): 계산 막대의 자리 표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