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이야기는 로마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십서』 9권 서문에 전합니다. 아르키메데스가 왕관과 같은 무게의 금덩이, 은덩이를 각각 물이 가득 찬 그릇에 넣고 넘친 물의 양을 비교해 은이 섞인 것을 밝혀냈다는 내용입니다. 같은 무게라도 은은 금보다 부피가 크다는 성질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다만 이 일화는 아르키메데스 자신의 저술에 나오지 않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오랜 시간이 지나 기록됐습니다. 직접 계산해 보면 넘친 물을 비교하는 방식은 차이가 1mm에도 못 미쳐 읽기 어렵고, 물속에서 무게를 비교하는 방식은 훨씬 큰 차이를 보여 줍니다. 아래에서는 기록된 이야기, 그 한계, 두 방법의 계산을 차례로 나누어 봅니다.
비트루비우스가 전한 아르키메데스 왕관 이야기
이야기의 배경은 시라쿠사의 히에론 왕입니다. 왕은 신전에 바칠 금관을 만들게 하면서 장인에게 정해진 무게의 금을 내주었습니다. 완성된 관의 무게는 맡긴 금과 같았지만, 장인이 금 일부를 빼돌리고 그만큼 은을 섞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무게가 같으니 저울만으로는 가려낼 수 없었습니다. 관을 녹이거나 깎아 보는 방법도 신전에 바칠 물건이라 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아르키메데스에게 관을 손상하지 않고 확인할 방법을 찾게 했다고 전해집니다.
- 목욕통에 들어가자 몸이 잠기는 만큼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방법을 떠올립니다. 기뻐서 옷도 입지 않고 집으로 달려가며 “찾았다”고 외쳤다는 대목이 여기서 나옵니다.
- 왕관과 무게가 같은 금덩이와 은덩이를 하나씩 준비합니다.
- 가득 채운 그릇에 은덩이를 넣고, 넘친 만큼의 물을 다시 부어 그 양을 잽니다.
- 같은 방법으로 금덩이를 넣으면 은덩이보다 물이 적게 넘칩니다.
- 왕관을 넣자 금덩이보다 물이 많이 넘쳤고, 그 차이로 섞인 은의 양을 계산해 장인의 속임수를 밝혔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비교하는 대상은 무게가 아니라 부피입니다. 무게를 똑같이 맞춰 놓고 각 물체가 밀어낸 물의 양을 재면, 어느 쪽이 같은 무게에 더 큰 부피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은은 금보다 가벼운 금속이므로, 은이 섞인 관은 같은 무게의 순금보다 부피가 커집니다.
왕관 이야기에서 확인되는 것과 확인되지 않는 것
아르키메데스는 기원전 212년 로마군이 시라쿠사를 함락할 때 세상을 떠났습니다. 왕관 일화를 전하는 비트루비우스는 그보다 훨씬 뒤의 로마 시대 저술가이며, 아르키메데스의 현존 저술에는 이 사건이 나오지 않습니다. 과학사 사전류에서도 이 이야기를 진위가 의심스러운 일화로 다룹니다.
| 구분 | 확인할 수 있는 내용 | 확인할 수 없는 내용 |
|---|---|---|
| 일화의 출처 | 비트루비우스 『건축십서』 9권 서문의 기록 | 아르키메데스 본인이나 같은 시대 사람이 남긴 기록 |
| 측정 방법 | 같은 무게의 금, 은, 왕관이 넘치게 한 물의 양 비교 | 실제 그릇의 크기와 측정 정밀도 |
| 목욕통과 외침 | 같은 기록 안에 들어 있는 장면 |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여부 |
| 부력의 원리 | 아르키메데스의 『부체에 대하여』에 정리된 명제 | 왕관 문제를 풀 때 이 원리를 썼다는 직접 증거 |
따라서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하다 부력의 원리를 발견했다”는 문장은 두 가지를 섞은 표현입니다. 왕관 일화는 후대 기록이고, 부력 원리는 그의 저술 『부체에 대하여』 1권에 수학 명제로 남아 있습니다. 둘을 이어 붙인 설명은 이해하기 쉽지만, 저술이 일화를 증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같은 무게, 다른 부피: 금과 은의 밀도로 계산하기
현대 값으로 금의 밀도는 1cm³당 19.3g, 은은 10.5g입니다. 왕관 무게를 1000g으로 두고, 그 가운데 300g이 은으로 바뀌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금과 은을 섞어도 부피는 각각의 부피를 더한 만큼이라고 단순화합니다.
순금 1000g의 부피 = 1000 ÷ 19.3 ≈ 51.81 cm³ 금 700g의 부피 = 700 ÷ 19.3 ≈ 36.27 cm³ 은 300g의 부피 = 300 ÷ 10.5 ≈ 28.57 cm³ 섞인 왕관의 부피 ≈ 36.27 + 28.57 = 64.84 cm³
무게는 같아도 부피는 약 13cm³ 차이가 납니다. 이 차이를 지름 20cm 그릇의 수면 높이로 바꾸면 얼마나 될까요? 그릇 입구 넓이는 약 314cm²이므로 부피를 이 넓이로 나누면 수면이 올라가는 높이가 나옵니다. 아래 표는 섞인 은의 양에 따라 계산한 값입니다.
| 1000g 왕관 속 은 | 왕관 부피 | 지름 20cm 그릇의 수면 상승 | 물속에서 잰 무게 |
|---|---|---|---|
| 0g (순금) | 51.81 cm³ | 1.65 mm | 948.19 g |
| 100g | 56.16 cm³ | 1.79 mm | 943.84 g |
| 200g | 60.50 cm³ | 1.93 mm | 939.50 g |
| 300g | 64.84 cm³ | 2.06 mm | 935.16 g |
물속에서 잰 무게는 공기 중 무게 1000g에서 밀어낸 물의 무게를 뺀 값이며, 물의 밀도를 1cm³당 1g으로 두었습니다. 수면 상승은 소수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했습니다. 실제 고대 금관의 합금 비율이나 크기를 측정한 값이 아니라, 원리를 비교하기 위한 교육용 계산입니다.
넘친 물로 왕관을 가려내기 어려운 이유
표에서 순금과 은 300g이 섞인 왕관의 수면 차이는 약 0.41mm입니다. 은을 30%나 섞어도 그렇습니다. 은 100g이 섞였다면 차이는 약 0.14mm로 더 줄어듭니다. 1000g이라는 가정도 작은 편이 아닙니다. 그리스 북부 베르기나에서 나온 금관은 무게가 714g으로 알려져 있어, 실제 왕관이 더 가볍다면 차이는 더 작아집니다.
이렇게 작은 차이는 다른 요인에 쉽게 묻힙니다. 그릇에 가득 찬 물은 표면장력 때문에 가장자리 위로 살짝 부풀어 오르고, 왕관을 꺼낼 때 묻어 나오는 물방울과 장식 사이에 갇힌 공기 방울도 부피를 바꿉니다.
- 수면의 볼록한 부분: 가득 찬 그릇은 물이 넘치기 직전에 가장자리 위로 부풀어 올라 “가득”의 기준이 흔들립니다.
- 묻어 나오는 물: 잎 모양 장식이 많은 관은 꺼낼 때 표면에 물이 남습니다.
- 갇힌 공기: 장식 틈에 공기 방울이 남으면 그만큼 물이 더 넘칩니다.
- 다시 붓는 물의 계량: 넘친 양을 다시 부어 잴 때도 몇 cm³ 단위의 오차는 생기기 쉽습니다.
그릇 입구를 좁히면 같은 부피 차이가 더 높은 수면 차이로 나타나지만, 관이 들어갈 만큼의 크기는 유지해야 합니다. 원리 자체는 맞더라도, 일화에 적힌 방식 그대로는 실용적인 판별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갈릴레오가 제안한 물속 저울과 부력의 원리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586년, 22세 때 쓴 짧은 글 「작은 저울(La Bilancetta)」에서 넘친 물 이야기가 너무 거칠고 부정확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아르키메데스의 『부체에 대하여』와 평형에 관한 저술을 바탕으로, 물속에서 무게를 재는 방법이 더 아르키메데스다운 해법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바탕이 되는 원리는 『부체에 대하여』 1권 7번째 명제입니다. 액체보다 무거운 고체는 액체 속에서 같은 부피만큼의 액체 무게만큼 가벼워진다는 내용입니다. 공기 중에서 무게가 같은 순금과 왕관을 저울 양쪽에 매달고 함께 물에 담그면, 부피가 큰 왕관이 더 많이 떠받쳐져 왕관 쪽이 올라갑니다.
순금 1000g의 물속 무게 = 1000 − 51.81 = 948.19 g 은 300g이 섞인 왕관의 물속 무게 = 1000 − 64.84 = 935.16 g 물속 무게 차이 ≈ 13.03 g

같은 조건에서 넘친 물 방식은 0.41mm 높이 차이를 읽어야 했지만, 물속 저울은 약 13g의 무게 차이를 보여 줍니다. 저울은 무게 차이를 기울기로 바꿔 보여 주므로, 작은 수면 변화를 눈으로 읽는 것보다 판별이 쉽습니다. 갈릴레오는 금이 물보다 약 20배, 은이 약 12배 무겁다는 어림값을 들어, 물속에서 금은 무게의 약 20분의 1, 은은 약 12분의 1을 잃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섞인 은의 양도 거꾸로 구할 수 있습니다. 은이 1g 늘 때마다 부피는 1 ÷ 10.5 − 1 ÷ 19.3, 즉 약 0.0434cm³씩 커집니다. 물속 무게가 순금보다 13.03g 가볍다면 부피가 13.03cm³ 크다는 뜻이고, 13.03 ÷ 0.0434를 계산하면 섞인 은은 약 300g으로 돌아옵니다. 다만 이 계산은 왕관이 금과 은 두 가지로만 이루어졌다는 가정이 맞아야 성립합니다.
정리하면 물속 저울은 비트루비우스가 적은 방법이 아니라,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로 같은 문제를 더 정밀하게 풀 수 있다는 후대의 제안입니다. 아르키메데스가 실제로 이 방법을 썼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아르키메데스 왕관 자주 묻는 질문
아르키메데스는 정말 목욕하다가 “유레카”라고 외쳤나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장면은 비트루비우스의 기록에만 나오며, 아르키메데스와 같은 시대의 증언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야기 속 외침은 그리스어 “헤우레카(찾았다)”로 전해집니다. 널리 알려진 장면이지만 역사적 사실로 확정된 사건은 아닙니다.
왕관 문제와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는 같은 이야기인가요?
같지 않습니다. 일화 속 방법은 넘친 물로 부피를 비교하는 것이고,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는 액체 속 물체가 밀어낸 액체 무게만큼 가벼워진다는 부력에 관한 명제입니다. 부력의 원리는 그의 저술 『부체에 대하여』에 남아 있습니다. 두 내용을 연결한 설명은 후대에 만들어진 해석에 가깝습니다.
오늘날에도 물에 넣어 금의 순도를 확인할 수 있나요?
원리상으로는 가능합니다. 공기 중 무게와 물속 무게를 재면 부피와 밀도를 구할 수 있고, 금보다 가벼운 금속이 섞이면 밀도가 낮아집니다. 다만 금과 밀도가 비슷한 금속이 섞이거나 속에 빈 공간이 있으면 이 방법만으로는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실제 귀금속 거래에서는 전문 기관의 분석 방법을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참고 자료
- Vitruvius, On Architecture, Book IX, Introduction 9–12, LacusCurtius 영어 번역: 히에론의 금관과 넘친 물 비교 일화
- Dictionary of Scientific Biography, “Archimedes”, MacTutor 공개본: 생애와 사망 연도, 왕관 일화의 진위 문제, 『부체에 대하여』 1권 7번째 명제
- Chris Rorres, “The Golden Crown”, NYU Archimedes 자료: 지름 20cm 그릇과 1000g 왕관을 가정한 수면 차이 계산
- Galileo Galilei, La Bilancetta(1586) 영어 번역과 해설: 물속 저울 방법과 넘친 물 이야기에 대한 비판
- LibreTexts Chemistry, “Density of Elements”: 금 19.3g/cm³, 은 10.5g/cm³
왕관 무게 1000g, 은 300g, 지름 20cm 그릇은 원리를 비교하기 위한 예시 가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