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펌프는 물을 중력과 반대 방향으로 저절로 흐르게 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기울어진 나선 통로를 돌려 그 안에 담긴 물을 높은 쪽으로 옮깁니다. 에너지는 손잡이를 돌리거나 장치를 밟아 회전시키는 사람 등 외부 동력에서 공급받습니다.
흔히 ‘아르키메데스의 나사’라고 부르지만, 이름만으로 최초 발명자와 발명 장면까지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는 누가 처음 생각했는가보다, 고대 문헌에 남은 구조가 어떻게 물을 들어 올리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곧은 관과 나선 통로의 차이
비스듬히 놓은 곧은 관에 물을 넣으면 물은 낮은 입구 쪽으로 빠져나갑니다. 그 관의 옆면만 빙글빙글 돌린다고 안정적으로 위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나사 펌프에는 물이 한꺼번에 아래로 이어져 흐르지 않도록 나누어 담는 나선 모양의 경계가 있습니다.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십서》10권 6장은 축 둘레에 나선 통로를 만들고, 바깥을 판재로 둘러 역청으로 처리한 장치를 설명합니다. 사람의 발로 회전시키는 방식도 적혀 있습니다. 따라서 이 원전의 장치를 현대의 모든 개방형 나사 펌프와 동일한 구조로 그려서는 안 됩니다.
물 한 주머니를 따라가 보면 이해됩니다
원리를 단순화해, 적절한 각도로 기울어진 나선형 물길 하나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래쪽 입구가 물에 잠겨 있고, 물을 올리는 방향으로 장치를 돌린다는 조건입니다.
낮은 입구에서 물을 받음 → 나선의 낮은 부분에 물이 모임 → 회전하며 물이 머무는 자리가 높은 쪽으로 이동 → 위쪽 출구에서 물을 쏟음
물은 나선 안에서도 낮은 자리에 모이려 합니다. 그런데 통로가 회전하면 그 낮은 자리 자체가 축의 높은 쪽으로 옮겨갑니다. 물이 나선 벽에 붙어서 통째로 거꾸로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벽이 물을 받쳐 옮기는 동안 물은 각 구간의 낮은 쪽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계단을 오르는 작은 물주머니’라는 비유가 도움이 됩니다. 다만 물주머니는 독립된 밀폐 컵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나선의 형상과 바깥 벽, 물 높이가 함께 물을 붙잡는 공간을 만듭니다. 틈으로 새거나 뒤로 넘어가는 물이 생기면 위로 전달되는 양은 줄어듭니다.
영국 과학박물관 그룹의 나사 장치 모형은 손잡이를 돌려 구슬을 위로 옮기는 모습을 보여 주는 교육용 기구입니다. 1762년에 만든 모형이지 고대의 발굴품은 아닙니다. 구슬로 이동 경로를 이해할 수는 있어도, 물의 누수와 실제 배출량까지 검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 가파르게 세우면 무조건 좋아질까요?
나사를 세로에 가깝게 세우면 좁은 자리에서도 물을 더 높이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이가 같은 축을 더 세우면 위아래 높이 차는 커지지만, 물을 담아 두던 낮은 공간의 형태도 달라집니다. 기울기만 바꾸고 같은 양의 물이 그대로 올라간다고 볼 수 없습니다.
비트루비우스는 축 길이를 5로 놓았을 때 높이 3, 수평 거리 4에 해당하는 설치 비율을 제시합니다. 이를 현대 길이로 바꾼 설명용 예시에서 축이 2m라면 높이 차는 1.2m, 수평 거리는 1.6m입니다. 이는 원전 비율의 환산이지 특정 발굴 장치의 실측 치수가 아닙니다.

또 이 비율이 모든 나사 펌프의 최적 각도라는 뜻도 아닙니다. 지름·나선 간격·입구의 잠김·회전 속도·누수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므로, 원전에 나온 설치법과 현대의 최적 설계 문제는 구분해야 합니다.
비트루비우스 설계를 그대로 계산해 보니
비트루비우스는 나사의 비례를 꽤 자세히 남겼습니다. 축이 되는 나무의 굵기는 디기투스로 길이의 피트 수와 같게 하므로 지름이 길이의 16분의 1입니다. 나선을 감아 올린 전체 두께는 길이의 8분의 1이라 바깥지름이 축 지름의 두 배가 됩니다. 나선 통로는 8줄이고, 축 둘레를 8등분한 간격으로 감기 때문에 한 줄이 축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축 둘레만큼 나아갑니다. 여기에 앞의 3:4:5 기울기를 더하면 계산에 필요한 치수가 모두 갖춰집니다.
먼저 확인되는 것은 물이 고일 수 있는 조건입니다. 나선 통로의 어느 지점에서든 물이 머물 오목한 자리가 생기려면, 그 반지름에서 나선이 축을 감는 기울기가 나사 전체의 기울기보다 커야 합니다. 비트루비우스의 비례로 계산하면 축 바로 옆에서는 나사를 45°보다 세우는 순간 이 조건이 깨집니다. 3:4:5 기울기(36.9°)는 그보다 8°가량 여유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기울기마다 한 바퀴에 실제로 얼마나 담기는지 수치로 계산했습니다. 나선 통로를 촘촘한 격자로 나누고, 물이 아래 칸으로 넘치기 직전 높이까지 채웠을 때의 부피를 구했습니다.

| 기울기 | 통로 부피 중 물이 담기는 비율 | 같은 길이 나사로 올리는 높이 |
|---|---|---|
| 10° | 약 63% | 길이의 17% |
| 28° | 약 40% | 길이의 47% |
| 36.9° (3:4:5) | 약 24% | 길이의 60% |
| 44° | 약 10% | 길이의 69% |
| 55° 이상 | 거의 0% | 물을 올리지 못함 |
물의 양과 올리는 높이를 곱한 값, 곧 한 바퀴에 해 주는 일은 28° 부근에서 가장 컸습니다. 비트루비우스의 36.9°는 그 최대치의 약 77% 수준입니다. 대신 같은 길이의 나사로 물을 더 높이 올립니다. 28°라면 나사 길이의 47%만큼, 3:4:5라면 60%만큼 올라갑니다. 나무 한 그루로 만들 수 있는 나사의 길이에 한계가 있었다면, 한 번에 담는 양을 조금 포기하고 높이를 얻는 쪽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계산이 보여 주는 득실이며, 비트루비우스가 이런 이유로 기울기를 정했다는 기록은 아닙니다.
‘위로 옮기는 일’의 크기를 계산해 보면
물 10L를 1.2m 올린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물 1L의 질량을 약 1kg, 중력가속도를 9.8m/s²로 두고 마찰과 누수를 무시하면, 물이 얻는 위치에너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치에너지 = 질량 × 중력가속도 × 높이 10kg × 9.8m/s² × 1.2m = 117.6J ≈ 118J
같은 물을 같은 높이로 옮기는 데 필요한 이론상 에너지는 빨리 돌린다고 줄어들지 않습니다. 단지 같은 일을 더 짧은 시간에 하려면 더 큰 평균 출력이 필요합니다. 10초에 올리면 물에 전달되는 평균 출력은 약 11.8W, 20초라면 약 5.9W입니다. 실제 사람이나 동력이 공급해야 할 에너지는 손실 때문에 더 큽니다.
이 계산은 고대 펌프의 효율을 추정한 결과가 아닙니다. 나사라는 형상이 필요한 에너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회전을 물의 상승으로 바꾸어 준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산입니다. 이 장치의 핵심은 물을 끌어당기는 신비한 힘이 아니라, 물을 나누어 담고 계속 옮길 수 있는 통로의 모양입니다.
계산 방법과 참고 자료
나사를 바깥 반지름 1로 두고 반지름·축 방향·회전각 격자(24×16×2,880칸)로 나눈 뒤, 수위를 조금씩 올리며 한 칸의 물이 아래 칸과 이어지기 직전의 부피를 찾았습니다. 비트루비우스의 나사는 바깥판이 나선과 함께 돌기 때문에 틈으로 새는 물은 없다고 보았고, 나선판의 두께와 물의 출렁임은 넣지 않았습니다.
- Vitruvius, 《건축십서》 10권 6장 (LacusCurtius 영역): 나사 펌프의 비례와 3:4:5 기울기
- Science Museum Group, 나사 장치 모형(1762): 교육용 모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