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우주와 자연

히파르코스는 망원경 없이 별의 위치를 어떻게 기록했을까?

목차 6
  1. 별의 ‘주소’에는 거리가 없어도 됩니다
  2. 눈금에서 ‘하늘의 주소’로 바꾸는 계산
  3. “별이 밤마다 움직이는데 주소를 적어도 쓸모가 있나요?”
  4. 성표가 발견됐다는 소식에서 확인할 네 단계
  5. 참고 자료
  6. 같이 읽으면 좋은 글

망원경이 없어도 눈에 보이는 별의 방향을 기준선에 대한 각도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히파르코스의 별 기록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별을 크게 보는 능력과 별이 어디에 있는지 수치화하는 능력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사용한 모든 관측 장비와 절차, 완전한 원본 성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존 저술의 별 관련 기록, 후대의 인용, 사본에 남은 일부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 글의 계산은 그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현대적 예시이지, 사라진 관측 일지를 복원한 것이 아닙니다.

별의 ‘주소’에는 거리가 없어도 됩니다

하늘을 둘러싼 큰 구를 상상하고, 별이 어느 방향에 보이는지 표시해 보겠습니다. 실제 별들은 서로 다른 거리에 있지만, 관측자의 눈에는 모두 특정 방향에 놓입니다. 이 방향을 두 개의 각도로 나타내는 것이 천구 좌표의 기본 생각입니다.

기준무엇을 나타내나읽을 때 주의할 점
지평선 기준 고도·방위각지금 이 장소에서 어느 방향, 얼마나 높이 보이는가관측 시간과 장소가 달라지면 값도 달라짐
천구의 적도·극 기준 좌표하늘의 공통 기준선에 대해 어느 쪽에 있는가정확한 비교에는 좌표 정의와 기준 시점이 필요함
별까지의 거리관측자와 별 사이가 얼마나 떨어졌는가방향 좌표만으로는 알 수 없는 별도의 정보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같은 산봉우리를 가리키는 방향을 기록할 수 있어도, 그 기록 하나만으로 산까지의 거리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별의 각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별의 위치를 수치로 적었다’를 곧바로 ‘별의 실제 거리와 우주의 입체 지도를 완성했다’로 확대하면 안 됩니다.

프란체스카 스키로니의 「Hipparchus’ Star Catalogues」(2024 공개 원고)는 히파르코스의 현존 주해서와 여러 파편을 비교하며 적도 기준 좌표, 북극에서의 각거리, 별자리 경계 표현을 분석합니다. 고대 자료에 별자리 이름이 들어 있다고 해서 모든 수치가 오늘날의 황도 좌표라는 뜻도 아닙니다. 좌표를 쓰는 이름과 실제 측정 기준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눈금에서 ‘하늘의 주소’로 바꾸는 계산

원리를 살펴볼 교육용 관측 상황을 정하겠습니다. 관측자는 북위 36도에 있고, 어떤 별이 자오선을 지나 남쪽 하늘에서 가장 높이 올라왔을 때 고도가 60도라고 가정합니다. 여기서는 별이 천정의 남쪽에서 상부 자오선을 통과하며, 지평선과 위도를 정확히 알고 있고 대기 굴절은 무시한다고 정합니다.

천구의 적도는 이 자오선에서 지평선 위 90−36=54도에 있습니다. 별이 그보다 6도 위에 있으므로 천구 적도의 북쪽 6도, 즉 적위 +6도에 놓입니다. 같은 관계를 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적위 = 남중 고도 + 관측 위도 − 90°
60° + 36° − 90° = +6°
북위 36도 관측자의 자오선 단면에서 천구의 적도가 고도 54도, 별이 고도 60도에 있어 적위가 +6도가 되는 관계와, 고도 59.5도·60.0도·60.5도에 따른 적위 +5.5도·+6.0도·+6.5도를 정리한 도해
북위 36도, 남중 고도 60도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 가정입니다. 대기 굴절은 무시했습니다.

모든 별에 상황 구분 없이 이 식을 적용하면 틀릴 수 있습니다. 천정 북쪽에서 자오선을 지나는 경우나 하부 자오선 통과는 따로 다뤄야 합니다. 여기서는 지정한 남쪽 남중 상황만 계산했습니다. 또한 이 계산은 적위 한 값만 구합니다. 하늘에서 별을 완전히 특정하려면 동서 방향의 좌표와 별의 식별 정보도 필요합니다.

가정한 고도 눈금계산한 적위
59.5°59.5° + 36° − 90° = +5.5°
60.0°+6.0°
60.5°+6.5°

위도는 고정하고 고도만 0.5도 바꾸면 적위도 0.5도 달라집니다. 소수점은 입력값을 그대로 계산한 것이며 별도의 반올림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히파르코스 장비의 오차를 측정한 결과가 아니라 눈금 읽기의 불확실성이 결과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보여주는 예입니다. 작은 분수 단위로 값을 적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관측도 그만큼 정확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별이 밤마다 움직이는데 주소를 적어도 쓸모가 있나요?”

별은 밤사이 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이니, 위치를 적어 두는 것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는 두 종류의 변화를 나눠 답할 수 있습니다. 하룻밤 동안 별들이 하늘을 도는 듯 보이는 현상 때문에 지평선 기준 위치는 계속 바뀝니다. 반면 공통 천구 기준선을 정하면 그 일주 운동과 구별하여 별의 방향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좌표가 수천 년 동안 영원히 같은 것은 아닙니다. 지구 자전축 방향의 장기적인 변화인 세차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래된 수치를 현대 별 지도와 비교하려면 ‘어느 시점의 좌표인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같은 이름의 별을 찾았더라도 좌표계·기준 시점을 맞추지 않은 차이를 곧바로 고대 관측자의 실수로 볼 수 없습니다.

성표가 발견됐다는 소식에서 확인할 네 단계

2022년에 알려진 코덱스 클리마키 레스크립투스의 별 관련 파편은 중요한 자료입니다. 다만 사본에서 지워진 글을 되살려 읽는 것, 읽은 수치를 보정하는 것, 특정 별을 식별하는 것, 그 기록이 히파르코스에게서 왔다고 판단하는 것은 서로 다른 단계입니다. 스키로니의 분석은 북쪽왕관자리 대목에서 편집자가 보완한 글자와 수치, 손상 때문에 남는 문제를 함께 보여줍니다.

  1. 원문 흔적: 실제로 남아 판독되는 글자와 숫자는 무엇인가?
  2. 편집상의 보완: 손상되거나 어긋난 부분을 연구자가 어떻게 고쳤는가?
  3. 천문학적 대응: 어떤 별을 가리키며, 어느 시대의 좌표와 비교했는가?
  4. 저자와 성표의 범위: 그 결과가 특정 파편의 유래를 지지하는가, 완전한 성표 전체까지 보여주는가?

스키로니는 파편에 히파르코스의 자료와 표현 방식이 남아 있다는 해석을 제시하면서도, 별자리 경계 목록과 더 넓은 별 목록의 관계를 논의합니다. 따라서 몇 줄의 파편을 근거로 성표 전체가 복원되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2026년 자료도 같은 구분이 필요합니다. SLAC의 1월 29일 연구 안내는 이 사본의 지워진 글을 X선으로 연구하는 작업을 소개합니다. 에릭 글로버의 『The Astronomy of Hipparchus』 성표 장 공개 초록은 고대 자료와 현대의 과거 하늘 계산을 이용한 재구성을 설명합니다. 연구 중이라는 소식이나 현대 재구성표는 새로 발견된 완전한 고대 원본과 같지 않습니다.

결국 히파르코스가 망원경 없이 한 일의 핵심은 별의 겉모습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하늘을 비교 가능한 각도와 기록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덧붙여야 하는 일은 그 숫자를 무조건 찬양하거나 비판하기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적었고 어떤 전승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참고 자료

  • Francesca Schironi, ‘Hipparchus’ Star Catalogues’, arXiv:2410.19228(2024): 공개 원고
  •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 2026년 1월 29일 연구 안내: 사본 X선 연구 소개
  • Eric Glover, 『The Astronomy of Hipparchus』, ‘Star Catalogue’(2026): 히파르코스 별 목록을 다룬 장의 공개 초록입니다.

북위 36도, 고도 60도와 오차 비교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 가정입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