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인 2026년 8월 12일,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스페인을 지나는 개기일식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18년 11일 전인 2008년 8월 1일에도 개기일식이 있었고, 18년 11일 뒤인 2044년 8월 23일에도 개기일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우연이 아니라 사로스 주기라고 부르는 약 6,585.3일의 간격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주기가 왜 생기는지 달의 세 가지 주기로 직접 계산해 보고, 2026년 일식이 속한 ‘사로스 126’ 계열을 시작부터 끝까지 따라가 NASA의 일식 목록과 맞춰 보았습니다.
일식이 일어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함께 맞아야 한다
일식은 달이 해를 가리는 현상이므로 먼저 초승달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초승달은 매달 오는데 일식은 1년에 몇 번밖에 없습니다. 달의 궤도가 지구 공전 궤도에 대해 약 5° 기울어져 있어서, 대부분의 초승달은 해의 위나 아래로 비껴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매달 식이 생기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식이 되려면 초승달이 두 궤도가 만나는 점인 교점 근처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달의 궤도는 타원이어서 지구와의 거리가 바뀝니다. 가까울 때 일식이 나면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되기 쉽고, 멀 때는 가장자리가 고리처럼 남는 금환일식이 됩니다. 그래서 ‘같은 모양의 일식’이 다시 오려면 세 가지 주기가 함께 맞아야 합니다.
| 주기 | 뜻 | 한 번의 길이 | 사로스 안의 횟수 | 곱한 날수 |
|---|---|---|---|---|
| 삭망월 | 초승달에서 다음 초승달까지 | 29.530589일 | 223번 | 6,585.321일 |
| 교점월 | 같은 교점을 다시 지날 때까지 | 27.212221일 | 242번 | 6,585.357일 |
| 근점월 | 지구에 가장 가까운 점을 다시 지날 때까지 | 27.554550일 | 239번 | 6,585.537일 |
곱한 결과를 비교하면 223삭망월과 242교점월의 차이는 52분에 불과합니다. 18년 동안 달이 교점에 대해 거의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근점월과의 차이도 5시간 남짓이어서 지구와 달의 거리도 비슷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 일식이 일어나고 6,585.32일이 지나면 거의 같은 조건의 일식이 다시 일어납니다.
남는 8시간이 만드는 차이
6,585.32일을 해로 바꾸면 18년에 10~11일이 더해집니다. 그 사이 윤년이 몇 번 들어가는지에 따라 달력상 간격은 18년 10일 또는 18년 11일이 됩니다. 문제는 끝에 남는 0.32일, 약 7시간 43분입니다. 이 시간 동안 지구는 약 116°를 더 자전하므로 다음 회차 일식은 같은 위도대에서 경도로 약 120° 서쪽에서 일어납니다.
2008년 8월 1일 일식은 캐나다 북부에서 러시아와 중국으로 이어졌고, 2026년 8월 12일 일식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거쳐 스페인으로 내려왔습니다. 경로가 서쪽으로 크게 옮겨 간 것은 이 8시간 때문입니다. 세 번(54년 33~34일)을 반복하면 남는 시간이 거의 하루가 되어 비슷한 경도로 돌아오는데, 이를 엑셀리그모스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 볼 만한 예도 있습니다. 2017년 8월 21일 미국을 가로지른 개기일식에 223삭망월을 더하면 2035년 9월 2일이 나옵니다. 계산해 보면 이 일식은 세계시 2시 무렵, 한국 시각으로 오전 11시 무렵에 일어나고, 경로는 중국 북부와 북한을 지나 일본으로 이어집니다. 같은 사로스 계열의 다음 회차입니다.
사로스 126 계열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니
같은 사로스 간격으로 이어지는 일식의 묶음을 ‘사로스 계열’이라고 부릅니다. 2026년 8월 일식은 126번 계열에 속합니다. 이 계열의 모든 회차를 직접 계산하려고 PyEphem 4.2.1로 2026년 8월 12일 초승달에서 223삭망월씩 앞뒤로 이동하며, 각 초승달 무렵 해와 달의 최소 각거리를 구했습니다. 이를 달 그림자의 중심선이 지구 중심에서 떨어진 거리, 곧 감마(gamma)로 바꿨습니다. 감마가 0이면 그림자가 지구 한가운데를 지나고, 절댓값이 약 1을 넘으면 그림자 중심이 지구를 빗나가 부분일식만 일어납니다.
| 일식 날짜 | NASA 목록 | NASA 감마 | 정보호수 계산 감마 | 차이 |
|---|---|---|---|---|
| 1990년 7월 22일 | 개기일식 | 0.7597 | 0.7579 | 0.0018 |
| 2008년 8월 1일 | 개기일식 | 0.8307 | 0.8287 | 0.0020 |
| 2026년 8월 12일 | 개기일식 | 0.8977 | 0.8956 | 0.0021 |
| 2044년 8월 23일 | 개기일식 | 0.9613 | 0.9590 | 0.0023 |
| 2062년 9월 3일 | 부분일식 | 1.0191 | 1.0167 | 0.0024 |
다섯 회차 모두 NASA 목록과 감마가 0.002 안팎으로 일치합니다. 같은 계산을 앞뒤로 늘려 보니 1179년 3월 10일에 감마 −1.53으로 남극 근처를 스치는 부분일식이 계열의 첫 회차가 되고, 2459년 5월 3일 감마 +1.52의 부분일식이 마지막 회차가 됩니다. NASA 목록의 시작·끝 날짜와 같고, 그 사이 회차는 모두 72번입니다.

그래프에서 보듯 사로스 계열은 남극 근처의 작은 부분일식으로 시작해 18년마다 그림자가 조금씩 북쪽으로 올라오고, 북극 근처의 부분일식으로 끝납니다. 223삭망월과 242교점월이 52분 어긋나는 만큼 매번 교점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계산상 그림자 중심이 지구에 닿은 회차는 1323년부터 2044년까지 41번이고, 2026년 일식은 그 끝에서 두 번째입니다. 2062년부터는 그림자 중심이 북극 너머로 빠져 부분일식만 남습니다.
바빌로니아와 그리스는 이 주기를 어떻게 썼나
이 주기는 원래 바빌로니아 천문학자들이 월식을 예보하는 데 썼습니다. 기원전 7세기부터 남아 있는 바빌로니아의 천문 일지에는 월식의 관측과 예보가 함께 적혀 있고, 월식이 일어날 수 있는 달을 223개월 간격으로 정리한 점토판도 전합니다. 다만 ‘사로스’라는 이름은 바빌로니아에서 이 주기를 부른 말이 아닙니다. 1691년 영국의 에드먼드 핼리가 11세기 비잔틴 사전 《수다》의 설명을 오해해 붙인 이름이 굳어진 것입니다.
그리스 천문학은 이 주기를 더 긴 주기로 다듬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 4권 2장은 히파르코스가 126,007일 1시간이 4,267삭망월이라는 주기를 사용했다고 전합니다. 나눠 보면 한 달은 29.530593일로, 현대 값보다 0.39초 길 뿐입니다. 안티키테라 기계의 뒷면에도 223칸으로 나뉜 사로스 다이얼이 있어 일식과 월식이 일어날 달을 표시했습니다.
사로스만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것
사로스는 “언제 다시 일식이 날 수 있는가”를 알려 주는 데 강하지만 “어디서 보이는가”를 정하는 데는 약합니다. 남는 8시간 때문에 경로가 120°씩 옮겨 가고, 감마가 매번 조금씩 달라져 그림자가 지나는 위도도 바뀝니다. 그래서 고대의 일식 예보는 주로 월식처럼 지구의 밤 쪽 어디서나 보이는 현상에서 성공했고, 특정 도시에서 일식이 보일지를 맞히는 일은 훨씬 어려웠습니다. 오늘날의 일식 지도는 사로스가 아니라 해와 달의 위치를 직접 계산해서 만듭니다.
계산 방법과 참고 자료
감마는 정보호수가 PyEphem 4.2.1로 각 초승달 시각 앞뒤 6시간을 1분 간격으로 훑어 해와 달의 지구 중심 기준 최소 각거리를 찾고, 그 각거리에 그 시각의 달까지 거리를 곱해 지구 적도 반지름(6,378.137km)으로 나눠 구했습니다. 달의 황위 부호로 남북을 정했고 태양의 시차 등 작은 보정은 생략했습니다. 1582년 이전 날짜는 율리우스력입니다.
-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Saros Series Catalog of Solar Eclipses: Saros 126」: 회차별 날짜·종류·감마
-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Periodicity of Solar Eclipses」: 세 가지 달의 주기, 8시간과 120°, 엑셀리그모스, 이름의 유래
- 프톨레마이오스, 《알마게스트》 4권 2장(G. J. Toomer 영역): 히파르코스의 126,007일 1시간 = 4,267삭망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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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스는 원리를 몰라도 기록을 오래 쌓으면 발견할 수 있는 주기입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달 궤도가 기울어진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지만, 수백 년 동안 적은 관측표에서 223개월이라는 간격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간격은 2026년의 일식까지 그대로 맞아떨어졌습니다.
